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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먹은 김치찌개가 대단했던 이유

어제 먹은 김치찌개가 대단했던 이유

점심 식사, 그 후

하루가 꼬박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어제 먹은 김치찌개의 기억이 마음속을 맴돕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보도록 작은 헌사라도 바쳐야 할 만큼, 그 여운이 제법 길게 이어지고 있네요. 인스타그램 캡션은 그야말로 절제의 미학이었습니다. “어제 먹은 김치찌개…귯.” 영어로 옮기면 “The kimchi jjigae I ate yesterday… good.” 정도가 되겠지요. 말줄임표는 평결을 내리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작은 드럼롤 같달까요. 그리고 그 평결, “귯”은 무심하고 툭 던지는 듯한 단호함으로 마무리됩니다. ‘환상적’이라거나 ‘죽여준다’거나, 불꽃 이모티콘을 잔뜩 붙인 요란한 선언이 아닙니다. 그저… 좋았다는 거죠.

모든 식사가 ‘역대급’이고 모든 음식이 ‘인생 메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온라인 음식 문화 속에서, 이 조용한 한마디는 오히려 혁명처럼 느껴집니다. 무심코 믿게 되는 그런 후기 말이지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혼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을 모두에게 공개한 듯한 느낌입니다. 식사는 어제 끝났지만, 그 기분 좋은 잔상은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이건 그냥 음식이 아닙니다. 스물네 시간이 지나도 메아리처럼 울리는 만족감,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면 언급할 가치는 충분했지요.

뚝배기

자, 증거를 한번 살펴볼까요. 찌개는 검은 돌솥, 즉 뚝배기에 담겨 나옵니다. 식기라기보다는 열 보존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지질학 장비에 가깝지요. 지금도 보글거리고 있습니다.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죠. 멈춰있는 이미지인데도 그 미세한 진동이, 붉은 국물이 끓어오르며 내는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바로 한국인의 밥상을 든든히 받치는 기둥, 김치찌개입니다. 소박한 재료를 심오한 경지로 끌어올리는 비법의 정수를 보여주지요.

국물은 완벽한 가을 노을빛을 띠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맛이 나는 매콤한 노을이 있다면 딱 저런 빛깔일 겁니다. 입안에 복합적인 기상 이변을 예고하는 색깔이랄까요. 돼지고기와 멸치 육수가 내는 감칠맛의 따뜻한 전선이 먼저 다가오고, 잘 익은 김치의 시큼하고 짜릿한 돌풍이 뒤따르며, 고춧가루의 기분 좋은 열기가 오랫동안 머뭅니다. 이 영광스러운 국물 속에는 주연 배우들이 떠 있습니다. 달고 부드럽게 익은 투명한 양파 조각이 보이고요. 큼직하고 비단처럼 매끄러운 두부도 있습니다. 창백하고 평온한 스펀지처럼 주변의 드라마를 고스란히 빨아들이는 역할이죠. 그리고 물론, 김치가 있습니다. 반찬으로 먹는 아삭한 겉절이가 아닙니다. 푹 끓어 부드럽게 무르익은 묵은지입니다. 날카로운 모서리는 깊고 근사한 풍미로 변모했지요. 한 숟갈 뜰 때마다 부드러운 두부, 아삭한 배추, 고소한 돼지고기가 환상적인 국물과 어우러져 완벽한 구성을 이룹니다.

쟁반 위의 작은 생태계

하지만 이토록 훌륭한 찌개도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한식은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식탁 위에 차려진, 균형 잡힌 작은 사회와 같죠. 왼쪽에는 꼭 필요한 조연들이 보입니다. 먼저 뚜껑이 열린 스테인리스 밥공기. 살짝 도는 윤기와 살아있는 밥알을 보니 완벽하게 지어진 밥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흑미가 몇 알 섞여 있는 건 집밥처럼 신경 썼다는 조용한 신호이기도 하고요. 이 밥은 당신의 닻이자 캔버스이며, 찌개의 강렬한 개성에 맞설 최고의 친구입니다. 매운맛을 달래고 국물을 머금으며, 다른 모든 맛을 돋보이게 하는 깨끗하고 중립적인 배경이 되어주죠.

그 옆에는 실용적인 3칸짜리 금속 쟁반에 담긴 반찬이 놓여 있습니다. 학창 시절 급식 판이 떠오르지만, 이건 미식가 어른들을 위한 버전이죠. 한 칸에는 참기름과 약간의 마늘로 양념했을 법한 부드러운 콩나물이 보입니다. 찌개의 열기를 식혀줄 시원하고 아삭한 휴식처입니다. 가운데에는 아마도 겉절이일 다른 종류의 김치가 있어, 또 다른 종류의 날카로운 매운맛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칸에는 나물이나 버섯무침이 담겨 흙내음 나는 짭짤함으로 균형을 맞춥니다. 이건 그냥 곁들이는 음식이 아닙니다. 필수적인 존재들이죠. 찌개의 독백을 막아주는 대화 상대이자, 입안을 정리해주는 청량제이며, 식사에 느낌표를 찍어주는 존재들입니다. 매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만들어주니까요.

남아있는 온기

이 식사를 단순히 ‘맛있는’ 수준을 넘어 ‘기억에 남는’ 것으로 격상시키는 건 바로 ‘어제’라는 한마디입니다. 식사는 끝났습니다. 설거지도 끝났고, 일상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그 인상만은 여전합니다. 정말 훌륭한 식사는 배만 채우는 게 아니라 기억 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다음 날 불현듯 떠오르는 기분 좋은 흥얼거림, 열역학과 아무 상관없이 오직 위안만으로 설명되는 조용한 온기를 남기지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SNS에 과시하기 위해 먹는 그런 음식이 아닙니다. 화요일 점심에 먹는 밥입니다. 날이 춥거나, 몸이 좀 지쳤거나, 혹은 그냥 그 자리에 늘 있고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어서 먹는 그런 밥이죠. 흐트러진 시스템을 바로잡아주는 식사, 영혼을 위한 정비 시간 같은 식사랄까요. 그저 앉아서 먹고, 몸과 마음이 채워지는 걸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지요. 하루가 지나서야 이 식사에 대해 글을 올린다는 것, 그게 바로 최고의 찬사입니다. 소박하고 정직한 그 맛이 너무나 완벽해서 기억할 가치가 충분했다는 고백이니까요.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았네요.

Source: Instagram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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